유방암 항호르몬치료와 비타민 D (골밀도, 결핍, 뼈 건강)

유방암 항호르몬치료와 비타민 D (골밀도, 결핍, 뼈 건강)

유방암 진단을 받고 처음 혈액검사를 했을 때, 제 비타민 D 수치는 12ng/mL였습니다. 정상 범위가 30~100ng/mL니까, 말 그대로 바닥 수준이었습니다. 당시엔 왜 이게 문제인지 실감이 잘 안 됐는데, 항호르몬치료를 시작하고 나서야 비타민 D가 단순한 영양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특히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라면, 비타민 D 결핍은 뼈 건강에 생각보다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에스트로겐이 줄면 뼈가 먼저 반응한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유방암, 즉 에스트로겐 수용체(ER+)나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가 있는 유방암은 암세포가 호르몬을 먹고 자라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치료의 핵심은 체내 에스트로겐을 차단하는 것인데, 여기에 쓰이는 약이 바로 아로마타제 억제제(Aromatase Inhibitor, AI)입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란 지방조직에서 안드로겐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막는 약물로, 아나스트로졸(Anastrozole), 레트로졸(Letrozole), 엑세메스탄(Exemestane)이 대표적입니다. 폐경 전 여성의 경우 루프론(Lupron) 같은 난소기능억제(OFS) 치료를 함께 병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에스트로겐이 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에스트로겐은 파골세포(Osteoclast), 즉 오래된 뼈를 분해하는 세포의 활동을 억제합니다. 그런데 항호르몬치료로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면, 파골세포의 활동에 제동이 걸리지 않아 뼈가 예상보다 빠르게 약해집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 골밀도(Bone Mineral Density, BMD) 감소가 치료 시작 후 2~3년 이내에 가장 빠르게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미국임상종양학회 ASCO). 골밀도란 뼈 단위 면적당 미네랄 함량을 측정한 수치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골절 위험이 높아집니다.

제가 진단 당시 골감소증 판정을 받았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칼슘제는 꾸준히 먹고 있었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비타민 D가 부족한 상태에서 칼슘을 먹어봤자 장에서 흡수되는 양이 크게 줄어든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칼슘을 퍼부어도 비타민 D라는 통로가 막혀 있으면 소용이 없는 구조입니다.

특히 다음에 해당하는 분이라면 골밀도 감소 위험이 더 높습니다.

  1. 아나스트로졸, 레트로졸, 엑세메스탄 등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복용 중인 경우
  2. 루프론 등 난소기능억제 치료를 함께 받는 폐경 전 환자
  3. 폐경 이후 여성이거나 저체중(BMI가 낮은 경우)
  4. 흡연 또는 과도한 음주 습관이 있는 경우
  5. 골다공증 가족력이 있는 경우

비타민 D 12ng/mL가 뜻하는 것, 수치로 보면 더 명확하다

우리나라 성인의 비타민 D 결핍 비율이 90%에 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엔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수치가 12ng/mL로 나오고 나서는 그 말이 완전히 다르게 들렸습니다. 혈중 25-하이드록시 비타민 D [25(OH)D]란 체내 비타민 D 저장량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혈액 지표로, 20ng/mL 미만이면 결핍, 20~29ng/mL면 부족, 30ng/mL ~100ng/mL 이면 정상으로 분류됩니다(출처: 국제골다공증재단 IOF).

저는 당시 낮에 일하고 밤에 퇴근하는 패턴으로 주 5일을 보냈고, 햇빛을 제대로 쬔 건 주말 몇 시간이 전부였습니다. 햇빛을 쬐면 비타민 D가 합성된다는 건 알았는데, 그 '몇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몰랐습니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피부에서 비타민 D를 합성하는 효율 자체가 떨어집니다. 항암치료 이후 야외 활동이 줄고 식욕도 떨어진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유방암 환자에게서 비타민 D 결핍이 일반인보다 흔하게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가 납득이 됩니다.

비타민 D가 하는 일은 단순히 "칼슘 흡수를 돕는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과 인의 흡수를 촉진하고, 골 형성과 골 재형성(Bone Remodeling) 사이클을 유지하며, 근육 기능을 안정시켜 낙상 위험을 줄입니다. 골 재형성이란 오래된 뼈 조직이 파괴되고 새 뼈가 형성되는 반복 과정으로, 이 균형이 깨지면 골감소증(Osteopenia)이나 골다공증(Osteoporosis)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항호르몬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뼈 건강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비타민 D 부족이 지속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신호들을 짚어보면, 막연한 피로감, 근력 저하, 허리나 하지 통증 같은 증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런 증상들은 아로마타제 억제제의 부작용인 관절통과 너무 비슷해서, 증상만 보고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증상으로 판단하려 하지 말고 혈액검사로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검사 한 번으로 수치를 보면 방향이 명확하게 잡힙니다.

지금 당장 챙겨야 할 실전 관리 포인트

현재 저는 비타민 D 수치가 정상 범위 안에 들어온 상태입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건, 보충제를 먹는 것 자체보다 수치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복용하고 있으니까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다가 오히려 과잉이 되는 경우도 있고, 먹어도 흡수가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혈액검사 때마다 25(OH)D 수치를 꼭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ASCO와 국제골다공증재단은 항호르몬치료를 받는 유방암 환자에게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DEXA 스캔)와 함께 비타민 D 결핍 여부 확인, 필요 시 적극적인 교정을 권고합니다. 골밀도 검사(DEXA 스캔)란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을 이용해 뼈의 미네랄 밀도를 측정하는 검사로,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유용합니다. 치료 시작 전 기저치를 찍어두고, 이후 1~2년 간격으로 추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비타민 D 보충과 함께 병행하면 효과가 더 좋은 생활 습관도 있습니다. 체중부하 운동(걷기,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은 뼈에 물리적 자극을 줘서 골밀도 유지에 도움이 되고, 충분한 칼슘 섭취, 금연, 절주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이것들이 세트로 맞아떨어질 때 골절 예방 효과가 실제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골밀도가 많이 떨어진 경우에는 프로리아(Prolia)나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 같은 골보호 치료제 사용을 담당 의사와 상의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프로리아 치료를 앞두고 왜 치과 검진이 반드시 필요한지, 발치나 임플란트는 가능한지를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항호르몬치료 중인데 비타민 D는 얼마나 먹어야 하나요?

A. 정확한 용량은 현재 혈중 25(OH)D 수치와 개인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먼저 혈액검사로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결핍 상태라면 단순 보충 용량보다 높은 교정 용량이 필요할 수 있고, 이건 담당 의사가 검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임의로 고용량을 복용하면 오히려 과잉 독성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수치 기반으로 접근하는 게 맞습니다.

Q. 칼슘제를 먹고 있는데 비타민 D가 부족하면 효과가 없나요?

A. 결론적으로 말하면, 효과가 크게 줄어듭니다. 비타민 D가 없으면 장에서 칼슘을 흡수하는 효율이 뚝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겪은 상황이기도 한데, 칼슘은 꾸준히 먹었는데 골감소증이 생긴 이유 중 하나가 비타민 D 결핍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칼슘과 비타민 D는 반드시 함께 관리해야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Q. 골밀도 검사(DEXA 스캔)는 언제 받아야 하나요?

A. 항호르몬치료를 시작하기 전 기저 골밀도를 측정해 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이미 치료를 시작한 경우라면 지금이라도 검사를 받고, 이후 1~2년 간격으로 추적하는 것이 일반적인 권고입니다. 골밀도 감소가 가장 빠른 시기가 치료 초기 2~3년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지나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비타민 D 결핍 증상이 항호르몬치료 부작용과 구분이 안 될 때는 어떻게 하나요?

A. 피로, 근력 저하, 관절통 같은 증상은 아로마타제 억제제 부작용과 비타민 D 결핍 증상이 거의 겹칩니다. 증상만으로 원인을 구분하려고 하면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상 혈액검사로 25(OH)D 수치를 확인하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고, 결핍이 확인되면 교정 후 증상이 개선되는지 보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Q. 항호르몬치료 중 프로리아를 권유받았는데, 치과 치료와 관련이 있나요?

A. 네, 관련이 있습니다. 프로리아(Prolia, 성분명 데노수맙)는 골보호 치료제인데, 이 약을 맞기 전에 반드시 치과 검진이 필요합니다. 턱뼈 괴사(ONJ, 골괴사)라는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발치, 임플란트, 스케일링 가능 여부와 함께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항호르몬치료는 재발을 막기 위해 선택한 치료인 만큼, 길게는 10년을 함께 가야 합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뼈 건강까지 함께 챙기지 않으면, 암은 막았는데 골다공증이나 골절이 새로운 문제가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비타민 D 수치 확인과 DEXA 스캔은 치료의 부수적인 일이 아니라 치료의 일부입니다. 다음 진료 때 혈중 25(OH)D 수치를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그 검사 하나에서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

이 글은 유방암 치료를 받으며 겪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쓴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치료와 관련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 Bone Health in Cancer Care – https://www.asco.org (ASCO)

National Cancer Institute (NCI): Breast Cancer Treatment – https://www.cancer.gov (NCI)

International Osteoporosis Foundation (IOF): https://www.osteoporosis.foundation (IOF)

대한유방암학회(KBCS): https://www.kbcs.or.kr (KBCS)

국가암정보센터: https://www.cancer.go.kr (NCI)

Hadji P, et al. Management of Aromatase Inhibitor-Associated Bone Loss (AIBL). Journal of Bone Oncology. 2017. (IOF, ESCEO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