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항호르몬치료와 골밀도 (골감소증, 프로리아, 골밀도검사)

유방암 항호르몬치료와 골밀도 (골감소증, 프로리아, 골밀도검사)

솔직히 저는 항호르몬치료를 시작하면서 뼈 건강까지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 했습니다. 아나스트로졸과 루프론 주사를 맞기 시작했을 때 담당 breast oncologist가 골밀도 검사를 권유했고, 속으로는 '설마 벌써 문제가 있겠어'라고 가볍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결과를 받아 든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아직 갱년기도 아닌데 골감소증 진단이 나왔으니까요. 유방암 항호르몬치료 중 골밀도가 떨어지는 이유, 검사 방법, 그리고 프로리아(Prolia) 주사까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유방암 항호르몬치료와 골밀도 관리

항호르몬치료가 뼈에 미치는 영향, 왜 생각보다 심각할까요?

뼈는 한 번 만들어지면 그대로 유지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허물어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에스트로겐(estrogen)이 핵심 역할을 합니다. 에스트로겐이란 여성호르몬의 일종으로, 뼈를 파괴하는 세포인 파골세포(osteoclast)의 활동을 억제해 뼈가 과도하게 소실되지 않도록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ER(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는 재발을 막기 위해 바로 이 에스트로겐을 억제하는 항호르몬치료를 받습니다. 아나스트로졸(Anastrozole), 레트로졸(Letrozole), 엑세메스탄(Exemestane) 같은 아로마타제 억제제(Aromatase Inhibitor)가 대표적입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란 체내에서 에스트로겐이 생성되는 과정 자체를 차단하는 약물로, 타목시펜보다 골밀도 감소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처럼 폐경 전 여성이라면 루프론(Lupron)이나 졸라덱스(Zoladex) 같은 난소기능억제 치료를 함께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난소기능억제란 난소에서 에스트로겐이 생성되지 않도록 기능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치료로, 인위적인 폐경 상태를 만들어 골 손실 속도를 훨씬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아나스트로졸과 루프론을 동시에 맞고 있었으니, 뼈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위협을 받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런 사실을 검사 결과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NCCN(미국 국립 종합 암 네트워크)과 ASCO(미국 임상종양학회)는 이처럼 에스트로겐을 억제하는 치료를 받는 환자를 골절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치료 초기부터 정기적인 골 건강 평가를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NCCN 가이드라인). 의사가 괜히 검사를 권유한 게 아니었습니다.

골밀도 검사, 생각보다 간단했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골밀도 검사는 DXA(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 Dual-energy X-ray Absorptiometry)가 표준 방법입니다. DXA란 두 가지 에너지의 X선을 이용해 뼈 속 무기질 밀도를 측정하는 검사로, 방사선 노출량이 매우 적고 통증도 없습니다. 저는 검사 전에 꽤 긴장했는데, 막상 해보니 척추, 고관절, 손목 부위를 차례로 정지 상태에서 찍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1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T-score로 나옵니다. T-score란 같은 성별의 건강한 젊은 성인의 평균 골밀도와 비교했을 때 내 뼈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입니다.

  1. T-score -1.0 이상: 정상 범위
  2. T-score -1.0 ~ -2.5: 골감소증(Osteopenia) — 골다공증은 아니지만 관리가 필요한 단계
  3. T-score -2.5 이하: 골다공증(Osteoporosis) — 골절 위험이 크게 높아진 상태

제 결과는 골감소증이었습니다. 아직 갱년기도 아닌 나이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게 처음에는 꽤 충격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골다공증까지는 진행하지 않은 시점에 발견했다는 사실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설마 벌써?'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골감소증은 증상이 거의 없어서 검사를 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담당 의사가 먼저 권유해주지 않았다면 저도 그냥 넘겼을 겁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척추, 고관절, 손목, 갈비뼈에서 자주 발생하며, 특히 고관절 골절은 고령 환자에서 회복이 오래 걸리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골절이 생긴 뒤에 치료하는 것보다 미리 잡는 게 훨씬 낫다는 걸 검사 결과를 보고 나서 실감했습니다.

프로리아(Prolia) 주사, 4년째 맞으면서 느낀 것들

골감소증 진단을 받고 나서 담당 breast oncologist는 바로 프로리아(Prolia) 주사를 처방했습니다. 프로리아의 성분명은 데노수맙(Denosumab)으로, RANKL이라는 단백질을 차단하는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입니다. 단일클론항체란 특정 표적 물질에만 결합하도록 설계된 항체로, 이 경우 파골세포를 활성화시키는 RANKL 단백질을 직접 막아 뼈가 분해되는 속도를 늦춥니다. 6개월에 한 번 피하주사로 맞습니다.

처음에는 6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게 번거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매일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경구용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와 비교하면, 6개월에 한 번이라는 주기가 오히려 훨씬 편했습니다. 4년째 맞고 있는 지금은 솔직히 이 방식이 저한테는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부작용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허리 통증과 근육통이 있었는데, 프로리아 때문인지 아나스트로졸이나 루프론 때문인지는 솔직히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심하지 않았고 오래 지속되지도 않았습니다. 드물지만 턱뼈 괴사(ONJ, osteonecrosis of the jaw)나 비전형 대퇴골 골절 같은 심각한 부작용도 보고되어 있으므로, 투여 전 치과 검진을 먼저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처방 전에 치과를 먼저 다녀오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가장 뿌듯한 부분은 골밀도 수치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검사 결과와 비교하면 확실히 좋아졌고, 덕분에 골밀도 검사 주기도 처음에는 1년마다였는데 지금은 2년에 한 번으로 줄었습니다. 숫자가 좋아지는 게 보이니까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동기가 됩니다.

항호르몬치료 중 골밀도를 지키기 위해 챙겨야 할 것들

프로리아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골밀도 관리를 약에만 맡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생활습관 관리도 함께 가야 효과가 더 좋습니다. 칼슘과 비타민 D 보충은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칼슘은 뼈의 주성분이고, 비타민 D는 칼슘이 장에서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둘 다 부족하면 뼈를 만드는 재료 자체가 없어지는 상황이 됩니다.

운동도 빠질 수 없습니다. 특히 걷기, 가벼운 근력 운동처럼 뼈에 하중이 실리는 체중 부하 운동(weight-bearing exercise)이 골밀도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체중 부하 운동이란 중력에 저항하면서 자신의 체중을 지지하는 형태의 운동으로, 수영이나 자전거보다 뼈 자극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 항목들은 항호르몬치료 중 특히 더 적극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해당 사항이 많을수록 담당 의사와 골 건강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1. 폐경 후 여성이거나 난소기능억제 치료를 병행 중인 경우
  2. 저체중(BMI가 낮은 경우)
  3. 흡연 중이거나 이전에 골절 병력이 있는 경우
  4.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경우
  5. 부모님이나 형제 중 골다공증 골절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저는 난소기능억제와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동시에 쓰는 조합이었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은 쪽에 속했습니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도 항호르몬치료를 받는 유방암 환자의 골 건강 관리를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국가암정보센터). 치료를 잘 받는 것만큼, 치료가 뼈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함께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건강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항호르몬치료를 시작하면 골밀도 검사를 꼭 받아야 하나요?

A. 치료 전 또는 시작 초기에 DXA 검사를 받는 것이 권고됩니다. 특히 아나스트로졸, 레트로졸 같은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복용하거나 루프론처럼 난소기능을 억제하는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골밀도 감소 속도가 빠를 수 있어서 더욱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지만, 검사를 받고 나서야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실감했습니다.

Q. 골감소증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프로리아 주사를 맞아야 하나요?

A. 골감소증이라고 해서 무조건 프로리아를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T-score 수치, 골절 위험 요인, 치료 중인 항호르몬제 종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종합해서 담당 의사가 판단합니다. 저의 경우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난소기능억제 치료를 병행 중이어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됐습니다.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Q. 골밀도 검사는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요?

A. 처음에는 1년마다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골밀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개선되면 2년에 한 번으로 주기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제 경우가 정확히 그랬습니다. 검사 주기는 개인의 위험도와 치료 반응에 따라 달라지므로 담당 의사와 함께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Q. 항호르몬치료 중 골밀도를 높이기 위해 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나요?

A. 칼슘과 비타민 D 보충, 걷기나 근력 운동 같은 체중 부하 운동, 금연, 적정 체중 유지가 도움이 됩니다. 이런 생활습관 관리는 약물 치료와 함께 병행할 때 효과가 더 좋습니다. 혼자 판단해서 보충제 용량을 높이기보다는 혈중 비타민 D 수치를 확인한 뒤 적절한 용량을 의사와 결정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유방암 치료를 받으면서 골밀도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4년째 프로리아를 맞으면서 수치가 개선되는 것을 보니, 일찍 발견하고 관리를 시작한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항호르몬치료를 시작했다면, 담당 의사에게 골밀도 검사에 대해 먼저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증상이 없다고 해서 괜찮은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치료와 관련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National Cancer Institute (NCI) – Breast Cancer

NCCN Guidelines for Patients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

대한유방암학회

국가암정보센터